만성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것 같아 심리 상담 센터를 찾게 되었고 1회의 기초 상담 이후 종합 검사를 받게 되었다.
오늘은 지난 번에 3시간에 걸쳐 진행했던 종합검사 결과를 받으러 다녀왔다.

검사로 밝혀진 나의 문제점들은 아래와 같다.

  1. 지능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있어 특정 한 가지, ‘정신처리속도’가 비이상적으로 현저히 떨어져있다.
    원래 그렇게 타고 났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의 영향으로 저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로샤 검사 (데칼코마니 그림 보고 연상되는 것 말하기) 에서 비슷한 지능대의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반응을 보였다.
    본인보다 IQ가 30은 낮은 사람들 수준에서 적당한 반응의 정도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무언가에 대한 지각은 있지만 반응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수동적인 반응형을 보인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원래 본인이 할 수 있는 정도의 능률을 내지 못 할 것이다.
    => 반응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지금 싫어하고 거부하고 있는 사람. 
  2. 무기력과 우울감, 분노의 수치가 높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무려 세 가지나.
    심지어 본인이 자각하는 수준은 높지 않은데, 실제 분석 결과 상당히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고착화되어 있는 만성 상태이다.
    ‘분노’의 경우 본인은 평소 화나는 일이 잘 없고 화를 잘 안내는 성격이라 생각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높은 수준인 것이 특이하다.
    분명히 ‘화’라는 자극을 느끼겠지만 반응하지 않는 것은 과거 화 낼 일이 너무 많았거나, 화내도 소용 없었던 경험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생존위협에 대한 반응이 약한 것으로, 무기력함과 삶에 대한 의지와 연관 되어 있다.
    ‘분노’ 수치가 높을 경우 공격 성향을 갖게 되는데, 본인은 외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내적으로 자기 파괴형의 공격 성향을 갖고 있는 뜻 하다.
  3. 본인의 우울함에 대한 자각이 실제 측정된 것보다 낮은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 된 만성 우울일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느끼기에 우울감이 심해도 막상 측정했을 때 높지 않은 사람들-과민하고 스트레스에 약한 타입-이 있다.
    본인의 경우 반대이며, 본인이 자각 정도가 낮은 이유는 이미 그 상태가 너무 오래 고착화 된 만성 상태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가 더 심각하다.
  4. 대인 관계에서의 인정과 애정에 대한 욕구가 있으나, 현재 정서적으로 깊은 친목적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사교 생활은 원만하지만 누군가와 깊이있는 친목을 나누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이성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경향이 높은 상태.

 

모두 동의할 수 있었다. 일단 자극에 반응하고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특히 공감이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요즘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했던 근본적인 원인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보다 지능이 30이나 낮은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것에는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친목적 교류에 대해서도 내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 그런데 이것이 정말 심리적 상태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저 환경에 따른 내 태도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노에 대해서는 너무나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이고 나를 놀라게 했던 부분인데……. 나는 내가 화를 잘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둔해서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원만한 성격이라고 표현하는 그것이 사실 어딘가에 분노를 쌓아두기만 하고 표현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선생님, 저는 원래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인데요? 하고 되물었지만, 화를 원래 잘 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내 경우, 우울과 무기력 분노의 수치가 심각하여 치료를 진행하다가 개선이 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검사 결과를 상답 받고 돌아오는 길에 씁쓸했다.

 

2 thoughts on “종합 검사 결과 (11/23)

  1. 안녕하세요. 우연히 검색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고 글을 읽으며 많이 공감이 되어 이렇게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상담 받으신 병원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기존에 다니던 곳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 하여 새로운 병원을 찾고자 하는데… 마땅한 병원을 찾기 어려워서요. 병원을 옮겨다니며 새롭게 상담을 받는 과정도 스트레스 요소가 되는 지라… 불편하시다면 댓글은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응원할게요

    1. 제가 드리는 댓글을 다시 확인하게 되실지 잘 모르겠네요. 너무 늦게 확인해서… 메일 주소 남겨주시면 어느 곳인지 메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은 제가 승인하지 않으면 공개되지 않으므로, 메일 주소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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