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 LOGAN (2017)

엑스맨 시리즈를 단 한개도 본 적이 없다. 나의 선택적 완벽주의는 바로 이런데에서 발휘되는데, 시리즈물을 처음부터 제대로 보지 않으면 손 대지 않는다.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한 고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건을 본 것은 그저 심심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얼마전부터 꾸준히 영화를 보고 싶어했지만 볼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평이 좋다는 로건을, 세계관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으로 보게 됐다. 히어로 영화는 히어로의 인간적인 고뇌가 묵직하고도 사실적으로 조명될 때 비로소 명작이 만들어진다. 다크나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로건 또한 그런 측면에서 여러모로 수작이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다. 엑스맨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 내내 로건의 모습에서, 그간 울버린으로 살아왔던 그의 고단함과 숱한 비애가 절절히 느껴졌던 것이다. 이젠 늙고 지친 울버린이기에 R18 등급을 애초에 작정한 액션씬들이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빛을 발한다. 로라 역의 다프네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액션도 그렇지만 그 순수하고도 짐승같은 분노를 너무 잘 표현해내더라. 엑스맨의 오랜 팬이라면 오열한다던데, 한편으로는 이해 됐다. 그 눈물겨운 결말은 울버린, 인간 로건을 향한 최고의 헌사가 아니었을지. 별개로 영화를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괴로웠다. 나는 요즘 그게 어떤 이유든간에 삶에 고단함을 느껴 죽음을 곁에 두는 캐릭터에 지나치게 이입하는 경향이 좀 있다. 이런 류의 슬픔은 고통스럽다. 눈물이 흐르는 슬픔이 아니라, 여러 회한으로 한숨을 쉬게 되는 슬픔.

2017.3.16 CGV 센텀시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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