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의 상담은 다녀오고 바로 상담 후기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전의 것들처럼 상세하게 쓰긴 좀 어렵다. 더군다나, 상담이 재미없다고 느끼기도 했던 날이기도 하다. 지금 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나는 본질의 본질의 본질을 뒤지고 싶다. 물론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느냐의 문제인데, 내 경우 직장을 그만 둔다-와 같은 해법으로 귀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바라는 방식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 일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고, 나의 무기력을 일의 성격과 연관지으려는 시도를 하신다.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본인이 원하는 일인가.’ 에 대해 내가 반복해서 자문하기를 기대하신다. 또한, 내가 어떤 미래를 살고 싶어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끔 노력하신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을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런 일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느냐-와 같은 말들. 사실 고민해볼만도 한데 내가 애초에 선을 긋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면서도 내 현실에 욱여넣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보니 피상적인 대화로만 흘러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사실 나는 내 일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며 다른 일은 할 수 없다는 의식 자체가 너무 강해서인지 모를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직종을 바꾸고 싶을 만큼 내 업무와 역할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기력하다.

무기력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말씀하셨다. 일종의 브레이크와 같은 거라고.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맞지 않다 느낀 나머지 본인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끔 무의식적으로 제동을 걸어버린다는 거다. 무기력의 가장 큰 연료는 ‘해야 해, 해야 해.’ 라는 의식 주입이다. 그럴수록 무기력은 더욱 강해진다. 하지 않도록. 나만해도 꾸준히 세뇌한다. 해야 해. 해야 해. 하지 않으면 안 돼.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짓이라는 거다. 내가 진정 원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랄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강박 때문에 삶의 원동력을 잃은 것도 분석 된 결과이지만, 원인이 그것 뿐만이 아니라 복합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한다.’ 라는 해법이 가정 되어있는 이야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그래서 2월 22일 상담을 다녀온 후에는 약간의 회의감이 들어 상담일지를 곧바로 쓰지 않았다.

나를 바꾸는 시도에 대해 내면에서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방식의 상담 치료가 더 이상 별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느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상담만으로 쇼부보려 했던 나의 나이브함을 또 다시 원망하게 된다. 이건 정말 고통이다. 생각으로 가지고 있는 의지가 의식적인 의지로 발전하지 못 하는 것. 나는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많은 힌트를 얻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만 하지 않는다. 무기력이 사실 엄청난 에너지라는 말씀에 깊게 공감했다.

약 복용의 시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두 달 정도는 내가 어떻게든 스스로 노력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에 대한 기대를 잃었기 때문에, 아마 약을 먹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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