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업무량이 너무 많다.

사실 내가 일 많은 거에 대해서는 말로만 툴툴 거리지, 가슴 깊이 진심으로 불만을 갖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착취 당하듯 일하는 일상을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다. 작년에 퇴사 하고 여행 갔을 때 그런 다짐을 하지 않았던가. 내 삶이 있는 생활을 하자. 그러나 역시 이 업계에 있는 한 그러기 쉽지 않다. 또한 이런 업무량을 소화하는 것에 보상이나 성과가 돌아오느냐, 그것도 낙관적이지 않다. 당연히 당장의 지표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일을 하면서 내 안에 뭔가가 쌓이고 있다는 성취감이 그다지 없다. 물론 그때 그때의 기쁨은 있지만 그게 본질적으로 내것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거다. 스스로 무기력증이라고 진단 내린 최근의 내 문제 때문인 건지, 아니면 지금 이렇게 일 하는게 정말 잘못되었고 내가 못 버틸 그런 류인 건지 나는 지금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힘들다는 점. 피곤하고 졸립고 집에 가서 자고 싶다. 누워서 재미있는 영화나 보고 싶다. 한 열흘 쯤 만이라도 그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2. 이사를 해야 하는데.

이사 준비가 올스탑이다. 허리가 아파서 뭘 하지도 못 하겠을뿐 더러, 일이 많아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되니, 미리 사야 하는 가구 따위는 사지도 못하고 있고, 그렇다보니 자연히 이사 일정은 미뤄지기만 한다. 다음 주 주말까지는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숨 한 번 돌리기가 이렇게 힘들다. 그저 귀찮고 힘든 일이기만 하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뭔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겠다는 그런 마음 따위도 들지 않는다. 사실 이사는 굉장히 좋은 기회이다. 나같은 만성피로인간에게 리프레쉬를 해줄 수 있는 대단히 흔치 않은 이벤트이기 때문에. 그러나 예전 같지가 않다. 몸과 마음이. 처음 독립 했을 때만해도 지금과 사뭇 다르다. 첫 자취였고, 가구와 주방용품부터 시작해서 생활 용품 대부분을 새로 장만해야 했다. 그래서 일찍이 방 사이즈 재놓고 꽤 긴 시간 동안 심사 숙고하여 가구 쇼핑을 했었다.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를 하루 종일 고민하기도 했다.무엇을 어떻게 장만할지를 결정하고 결제하고 난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때의 열과 성은 결국 만족스러운 첫 자취방으로 보답되어왔으나 지금은 그다지 욕심도 없다. 그저 돈과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3. 나에 대해 알아가기.

나는 부족한 면이 많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사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성격도 원만하고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잘 없는데다 그럭저럭 일 하며 돈도 벌고 산다.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보다 나를 대견해 하고 부러워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나를 사랑해 주는 부모 있고, 동생 있고, 친구도 있다. 원한다면 오늘 하루 쯤 비싼 옷 한 벌 미친척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다. 나라고 살면서 고민이나 슬픔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아주아주 보통의 범주에 속한 인간이다.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성격의 한 속성을 만들었다고만 생각했던 어떤 것들이 지금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충격이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 동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들이 얼마나 장님 코끼리 더듬는 격이었던가.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이와 고작 한 시간의 대화를 나누고 듣게 된 이야기는 마치 망치로 뒷통수를 가격하는 것과 같았다. 우습게도 나는 그 이후로 불행해졌다. 내가 정말 자각하지 못했던 건지, 외면해 왔던 것인지 모르는 것들을 수 없이 마주하고 파헤치며 자학했다. 내가 가진 트라우마, 강박들이 발견될 수록 괴로웠으나 멈추지도 못 했다. 아직도 혼란스럽다. 괴로우면서도 이게 정녕 괴로운 것이 맞는가에 대해 의심한다. 내가 가진 문제들은 정말 문제인지 혼란스럽다.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멀쩡히 살고 있고 할 일도 하고 있으니 별 것 아닌지도 모른다고 느끼다가도, 막상 자기 위해 눈 감았을 때에 떠오르는 여러 장면들이 마음 아파 가슴을 쥐어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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