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곡점

아주 멀쩡하다가도 또 다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한다. 내 의식이 그것을 좌우한다기 보다는 나도 모르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그렇게 변해간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이상하게도 몸의 컨디션도 그대로 따라간다. 멀쩡한 나를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짓밟으려는 것 같다. 여전히 퓨니 상태에 갇혀있는 것이다. 나는 나아지고 싶지만, 내면의 나는 바라지 않는 상태. 나는 더 고통스러워야 하고 더 괴로워해야 하며 더 나를 망가뜨려야 한다면서 아직도 자가 형벌을 주고 있다.

어제는 트위터에서 우울증에 대해 누군가가 쓴 트윗을 보고 약간 흥분했는데, 지금 내 고통이 너무 별것 아닌것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지옥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를 그저 꽃동산에 데려다 놓으면 낫는 줄 아는구나. 겨우 그 정도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나 포함 우울증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하찮게 만들어버리는 일인지 자각했으면 한다. 아니면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고. 그저 자신의 어떤 속성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써 우울증 환자를 들먹인 거라면 더 실망스럽다. 나의 끔찍함이 당신에게 그딴 식으로 이용될 일이라니.

 

#2.  재미있는 것

나의 도피성향은 또 다시 소극적이고도 무책임한 방향으로 달린다. 엄마가 외면할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몰두하기 위해 게임했던 그때처럼. 요 며칠은 새로운 게임 신작들을 찾아 헤맸다. ‘지금 이럴 시간이 아닌데.’ 하면서도 늦게까지 자지 않고 앱스토어든 스팀이든 닥치는대로 뒤지면서 할만한 게임들을 찾았다. 게임을 사는 데에 돈을 쓰고, 인앱결제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돈을 썼다. 그래도 스팀 게임은 차라리 낫다. 유독 어느 모바일 게임에 돈을 많이 썼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내가 지금까지 숱하게 해왔던, 게임성이 쓰레기라고 평가하는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직 과금 모델이 게임을 지탱하는 그런 게임. 그런데도 나는 상당히 많은 지출을 했다. 결제한 만큼의 성과가 속물적으로 과시되는 게임을 나는 왜 그렇게 하는 건지. 그딴 게임을 하면서 뭘 그렇게 바라는 건지. 내게 남는게 아무 것도 없는 소비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의식 없이 감행했다. 그런 게임이 결국 내 손을 어떻게 떠나는지 이미 많이 경험해서 잘 알면서도 또 다시 반복하게 되었다.

어쨌든, 요즘은 게임을 한다. 게임을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전형적인 중국형 BM 모바일 게임 말고 콘솔 게임을 하려고 마음 먹어 본다. 차라리 그게 나아.

 

#3. 여행 준비

아, 너무 어둠의 다크한 것만 썼으니 다른 걸 써야겠다.

동생과 갈 이탈리아 여행 사전 준비를 어느 정도 끝마쳤다. 물론, 나 혼자 가는 여행이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처음인 동생과 동행하기 때문에 안하던 짓까지 해가며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거다. 가이드 투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워낙 추천을 받아서 결국 바티칸과 우피치미술관은 가이드 투어를 예약했고, 기차도 미리 예매하는게 좋다길래 그렇게 했다. 그렇다보니 대강의 비용 견적이 나올 수준이 됐다. 어제 문득 생각나서 엑셀로 정리해 보았다. 계산된 견적서(;)를 동생에게 보내고 너 더몰(피렌체 근교의 명품 아울렛)갈 돈 있겠냐고 물었다. 더몰에 나는 그다지 미련이 없었지만 사실 동생이 가고 싶어해서 일정에 넣어둔 상태인데, 이번 여행 비용이 동생에게 좀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물어봤다. 동생이 대답 없이 웃기만 하더라고. 그러면서 오히려 누나는 살 게 없느냐고 물어보는 꼴이, 아무래도 더몰 갈 돈 없는 듯한 뽄새다. 안가면 나야 좋지. 지금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을 뿐더러 나는 명품 아울렛보다는 휴식의 우선 순위가 더 높다.

여행 중의 하루하루 일정들을 꼼꼼하게 준비하는 성격이 못 되어서 일정에는 손대지 않고 둔 상태다. (그냥 어디에 몇박며칠 머무른다 정도만 있음) 알아보면서 준비하기 귀찮다. 사실 이런 건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때가 온다. 갑자기 너무너무 딴짓이 하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때! 그 반작용으로써 여행 스케줄 짜기 같은 것이 당장 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만큼 흥미진진한 것으로 티어가 급부상 하기 때문에 그때 하면 된다.

 

#4. 부상의 경과

인대 파열 뿐만 아니라 골절상까지 입게 된 나는 지금 삼주 째 깁스를 하고 있는 상태다. 절뚝이며 걷는 내가 이제 익숙할 만도 한데, 여전히 사람들은 나와 마주칠 때마다 안쓰럽다는 얼굴로 안부를 묻는다.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아요~’ 하고 대답하는 게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 된다.

부상의 단점 : 그냥 깁스하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불편하고 성가시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더욱 곤욕스럽다. 물론 다쳤으니 아프고 거동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일단 깁스 자체가! 석고를 다리에 반쪽 대어놓고 붕대를 감아놓은 이것 자체가! 너무나 귀찮다. 빨리 풀고싶다. 의사 선생님에게 다음주에는 정말 깁스를 풀 수 있는 거냐고 두 번이나 물었다.

부상의 장점 : 일단 일주일에 3번 병원에 간다. 업무 시간 중에 갈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모자라 매번 물리치료를 받기 때문에 따뜻한 열을 쐬며 적어도 40분 누워 있는 것이 개꿀이다. 그리고 오늘은 S가 커피 먹으러 가자고 했다가, 내 다리가 불편하니 본인이 그냥 사 오겠다며 홀로 가서 사왔다. ‘이야, 못 움직이니까 이런거 좋네~’ 라고 말 했다.

 

#5. 기타

  1.   아, 놀고 싶다. 매일매일 놀고 싶다.
  2.   삼일절이라 수요일에 쉬었던 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 월화 일하고 수 쉬고 목금 일하고 또 쉬고. 2일 근무 후 1일 휴식, 2일 근무 후 2일 휴식. 이 패턴 정말 너무 좋은데? 내가 많은 걸 바라지 않겠다. 이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3.   연말정산 결과 보고 기겁을 했다. 내가 토해내야 하는 돈이 비정상적으로 많길래. 아니 그렇게 돈을 펑펑 썼는데도 내가 돈을 또 내야 해???????? 하지만, 자세히 보니 엉뚱한 항목을 보던 것이었고… 나는 연말정산으로 월급의 1/3 정도를 돌려 받는다. 근데 뭐 이것도 좋은 건 아니지. 그만큼 작년에 많이 떼먹혔다는 거잖아. 조삼모사.
  4.   2016년 업무 리뷰 (연봉 협상과 직결!) 내것도 하고, 우리 팀원들 것도 해야 하는데 막막하다. 팀원들 것은 사실 그다지 문제가 아닌데 내꺼 말야 내꺼.

 

<꿈 기록>

하루에 꿈을 3개 꿨다.

#1. 허름하고 작은 식당에 갔다. 국밥집 같은 곳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를 반겨준다. 밥을 먹는 나에게 당신의 딸에 대해 자랑한다. 당신의 딸은 상당히 유명인인데, 나도 근처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어쩐지, 그 버스를 타더라고요! 저도 그 버스를 타고 왔어요. 뭐 이런 이야기. 유명인인 그녀와 반쯤 아는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우쭐해진다. 이꿈은 뒤로도 조금 내용이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2. 나는 중장년의 여성이다. 그녀가 나인지, 아니면 나는 3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꿈을 꾼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나라고 하자. 나는 비슷한 연배의 친구와 함께 낯선 숙소에 머무르게 된다. 원래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은 아니지만 사정이 생겨 안내 된 다른 곳이었다. 허름하고 낡았고 음습한 분위기의 집이었다. 집에서 종종 미스테리한 낯선 남자를 마주친다. 얼핏얼핏 귀신을 목격하는 것처럼 그를 발견하는데, 그는 남성이고 음란한 행위로 나를 위협한다. 집의 주인인 듯한 여성은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 존재에 대해서 아는 것 같다. 나의 친구는 집주인 여성이 소개시켜준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나는 계속해서 알몸의 남자를 목격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중간에 뚝 끊겨버렸다. 이 때문에 내가 3인칭의 관찰자 시점이 된듯한 착각을 느끼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했다. 저러다 잘 되겠지, 뭐. 저 귀신 같은 남자와 결과적으로는 사이가 좋아질거야. 뚝 끊겨버린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면서 나의 추측대로 이미 전개된 상태였다. 나의 친구, 그리고 그녀의 새 애인, 그리고 나는그 집을 떠나게 된다. 집주인과 나를 위협하던 알몸의 남자가 함께 우리를 배웅한다. 꽤 화기애애 한 분위기였다. 모든게 해소된 듯한.

#3. 나는 홀로 차를 몰고 있다. 내가 달리는 외길은 일방통행이며, 커브를 돌아야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렸던 나는 차의 속력을 줄이지 못해 커브를 돌지 못 한다. 핸들을 꺾어 보지만  속력을 감당하지 못 하고 그대로 직진하게 된다. 직진하자, 큰 직선의 도로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차선까지 침범하고 만다. 결국 나는 맞은 편에 오는 하얀 승용차를 들이 받았고 그 차는 나동그라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차의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달린다. 그제야 드러났는데,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르고 브레이크를 밟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초조해서 이것저것 페달을 밟아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미 다른 차 한대를 치어버린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어차피 끝났다고. 더 이상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 체념과 공포가 뒤죽박죽인 상황에서 꿈에서 깨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된다. 그때에 바로 눈을 떴다. 사고를 낸 이후로도 달리면서 아예 핸들을 놓아버렸던 절망감이 꿈에서 깨고 난 다음에도 생생했다.

전반적으로 모두 기분이 더러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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