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자

그날도 게이트를 향해 달렸다. 어찌하여 보딩 시각에 늦을 때마다 나의 보딩 게이트는 가장 멀리 있는 것일까.

오전에 출발하는 항공편이었다. 루프트 한자 항공을 타고 독일 뮌헨을 경유하여 세르비아로 가야 했다. 공항까지 데려다주신 아빠는 데이터 로밍 신청을 명령했고 결국 공항 내 통신사를 찾아가 신청했다. (결과적으로는 잘 한 일이었다.) 아빠와 여행 계획을 간단히 이야기 하며, 공항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 과정에서 좀 늑장 부렸더니 보딩 타임이 상당히 아슬아슬해져버렸다. 안 그래도 허겁지겁 게이트를 향해 가는데 급기야 라스트콜까지 받고야 말았다.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고, 한 손으로는 가방을 들고 뛰면서 속으로 나를 구박했다. 또 늦는구나, 또. 그래도 다행히 비행기는 탑승했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처음 이용하는 항공사였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체형, 스커트가 아닌 팬츠 유니폼을 입은 스튜어디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내가 탔던 항공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꽤 쾌적했다. 승무원들도 모두 친절했고 기내용품 퀄리티도 좋았다. 승객이 꽉 차지 않아서 내 옆의 사람은 다른 널널한 자리로 옮겨갔는데, 덕분에 나도 좌석을 넓게 쓸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볼 킬링타임용 미드로 트루블러드를 챙겨갔다. (비행기에서만 보는 미드) 그런데 자막 파일이 누락 되어서 자막없이 좀 보다가 한계를 느끼고는 그만두었다. 잠이라도 잘까 했지만 어쩐지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중간 중간 졸기는 했지만 푹 자지는 못 한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전에 출발한 비행기는 유럽으로 가는 동안 밤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독일로 향했다.

그리고 다들 비행기 타면 기내식을 포스팅하던데, 나도 빠질 수야 없지.

두 번의 기내식은 한식과 양식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한국어로 된 메뉴도 제공한다. 나는 두 번 다 양식을 선택했고 제법 맛있게 잘 먹었다. 사실 미각이 둔한 사람이라 어지간하면 다 맛있는 것이 함정.


김치, 어째서 이 구성에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중간에 간식으로는 컵누들을 먹었다. 독일 캔맥주는 서너 캔은 먹은 것 같다.

그리고 뮌헨 도착. 착륙을 하며 바깥을 보니 날이 흐렸다. 뮌헨에서 하루 숙박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도착하고 입국 수속을 했다. 무리 없이 그리고 아주 신속하게 진행됐다.

사진은 사람이 많아보이지만 사실 되게 한적했다.

S반(독일 전철)을 타기 위해 티켓 발권기 앞에 서서는 한참을 들여다 보고 티켓을 끊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S반 티켓 발권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포스팅해야지- 생각했을 정도로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었는데, 막상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가서 들여다보면 기억이 되살아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뮌헨 시내 웬만한 곳을 다 커버하는 Gesamtnetz 존의 티켓을 끊었다는 것.

어쨌거나 티켓을 발권하고 두리번 거리며 S반을 타기 위해 나갔다. 공항 바깥에 삼성이었는지, LG였는지 커다란 프로모션 부스가 있어서 조금 놀랐다. 독일의 지하철은 개찰구가 따로 없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더니 곧바로 플랫폼이어서 어리둥절했다. 개찰구가 없는 대신 이따금씩 검표원이 돌아다니며 티켓을 보여달라고 한다. 나도 시내까지 가는 동안 한 번 검표원을 만났고 무사히 통과.


바로 이것, 12유로였군.

평일 오후에 도착했던 공항이 한산했던 것처럼,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S반 안도 텅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이게 뭐지?  하고 봤더니 아, 쓰레기통

시내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지상을 달렸다. 뮌헨 시내로 가는 동안 바라 본 창밖은 그냥 전원의 풍경이었다. 이따금씩 정차하는 역도 상당히 단촐한 시골역이나 다름 없었다. 그다지 흥미로운 볼거리는 없었으나 흐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그래도 약간은 설렜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출국 전날까지도 회사에 나갔다. 공식적으로는 이미 퇴사한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출국 전에 하던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 퇴사하고도 매일같이 회사에 가서 일을 했다. 그러니까 당장 그 전날까지도 경기도 분당에서 하던 일에 메여있던 내가 뮌헨 시내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비어버린 내 자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벌써 컴퓨터도 다 치웠을까. 늘 함께 야근을 하던 G는 저녁을 누구와 먹었을까. 갑작스럽게 분당에 떼어놓고 온 것들을 생각하며 그때 들었던 음악도 기억이 난다.

barzin – dream

Marienplantz(마리엔 광장)역에 도착해서는 U반, U6로 환승해야 했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플랫폼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산한 S반을 타고 와서 도착한 Marienplantz역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새삼 독일인들 정말 키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나름 보통키인데 역시 이곳에서는 작은 동양인 아이가 되는구나. 내가 예약해 둔 호스텔은 goetheplantz(괴테 광장)에 있었고, Marienplantz역에서는 2정거장인가 3정거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커다란 독일인들 사이에 낑겨서 2정거장을 가는 동안 내 옆에 있던 개를 구경했다. 그리고 짧은 거리라 금방 도착.


Ausgang! 출구! 이것만은 기억나는 단어.

내가 숙박하게 된 호스텔의 이름은 Smart Stay. 모차르트 스트릿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지하철 역에 안내되어 있는대로 찾아 나갔다. A번 출구. 그리고 마침내 지하철 역 바깥으로 나와 마주한 풍경이 내게 뮌헨의 첫 인상이 되었다. 아, 나 진짜 뮌헨에 온 거구나. 흐린 날씨 때문에 칙칙했지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하였던 것 같다.


뮌헨의 첫 모습. 오후 6시가 좀 넘었던가.

잠깐의 감흥을 즐기고 Smart Stay Hostel을 찾아 간다. 사실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나오자마자 좌회전, 그대로 직진하면 바로 나왔기 때문에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구글맵이라는 훌륭한 것이 있으니까. 뮌헨에서의 숙소를 스마트 스테이 호스텔로 정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어차피  다 저녁 때에 도착했고 다음날 낮에 다시 떠나야 하니 관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호프브로이 가서 맥주나 한 번 마셔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호프브로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전체 평점 좋은 곳으로 구했을 뿐이다.

호스텔 가는 길, 모차르트 스트릿

건물 전체가 호스텔이고, 1층에 카페테리아가 있다.

가격은 22유로. 보증금으로 5유로를 추가로 더 내야 했다. 내가 배정 받은 방은 여성 전용 6인실이었다. 건물 전체를 호스텔로 쓰고 있어서인지 학창시절의 수련원 느낌이 좀 났다. 408호의 키를 가지고 올라가니 나와 같은 동양인 여자 한 명만이 덩그러니 침대에 앉아있었다. 날 보자마자 그녀가 한국인이냐고 대뜸 물어서 그렇다고 하니 반가워했다. 나처럼 퇴사 후 유럽 여행을 하고 있는데, 독일이 마지막 여행지라고 했다. 바로 전날까지는 스위스에 있었단다. 내 여행 플랜을 묻길래 이곳은 경유지이고, 내일 발칸 반도 쪽을 간다고 하니 신기해했다. 내 2층 침대에 네임택을 붙이고 서랍 안에 캐리어를 넣다가 자물쇠를 사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별 일 없겠지, 하고는 그냥 닫았다. 그리고 더 지체하지 않고 호프브로이로 가기 위해 작은 가방을 메고 다시 호스텔을 나섰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