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4일 ~ 11월 3일에 다녀왔던 여행에 대해 이제야 기록으로 남겨볼까 한다. 이러다간 정말 모두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당시 5년 가까이 다닌 직장을 그만 두고 충분히 쉬고 싶었지만, 이직해야 하는 직장에서는 입사를 재촉했다. 적어도 두 달은 쉬고 싶었으나, 내게는 3주가 채 안 되는 시간만이 주어졌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명절때가 아니고서야 5일 이상 쉰 적이 없었으니, 일주일 이상이라는 것 만으로도 퇴사하고 나서야 간신히 누릴 수 있었던 값진 기회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꽉꽉 눌러 가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지는 그리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발칸 반도로 정했다. 사실 그곳을 가고 싶었던 특정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바랐던 것도 아니었다. 충동적인 사람이다 보니 ‘흠, 여길 가볼까?’ 하고 정해버린 것이다. 물론 한국인 여행객이 적은 아주 낯선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는 했다. 평소에 내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그런 아예 낯선 곳. 그래서 서유럽은 애초에 제외했고, 우연히 발견하게된 베오그라드의 풍경 사진을 보고 매료되어 내 여행을 세르비아에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사진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주 별거 없고 삭막했다. 오히려 그게 좋았다. 지나치게 많은 구경거리는 나를 피곤하게 할 것 같았다. 그냥 ‘내가 모르던 어떤 사람들이 사는 어떤 도시’ 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베오그라드가 세르비아의 수도이며 키릴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된 나는 그곳에 대한 나의 무지함에 기뻐하며 보름이 조금 넘는 여행을 발칸반도의 몇개 도시로 정했다.

■ 여행 코스

대강 정한 여행 코스는 아래와 같았다. 괄호 안의 숫자는 숙박일.
뮌헨(1) → 베오그라드(2) → 사라예보(1) → 모스타르(3)→두브로브니크(3)→자다르(2)→자그레브(3)→류블랴나(2)

취지는 되도록이면 한국인들이 없는 곳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으나, 막상 크로아티아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결국 관광지 여행이 되고 만다. 보스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갈 것인가, 아니면 루마니아로 갈 것인가를 상당히 고민했는데 결국 크로아티아로 정했다. 이유는 휴양지도 한 번은 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만약 지금의 내가 여행 일정을 다시 짠다면, 저렇게 타이트하게 다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내가 여길 가겠어.’ 하는 마음이 상당히 절박했기 때문에 욕심의 욕심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이곳저곳을 다 누비고 다닐 계획을 세워버렸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는다. 대충 여행지를 고른 것 치고는 모두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사실 슬로베니아까지 갈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류블랴나까지 우겨넣게 되었다.

■ 항공권

여행을 급히 준비했다보니, 항공권이 비쌌다. 그리고 한국에서 세르비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기 때문에 경유는 필수였는데, 고민하다가 독일의 뮌헨을 경유하는 루프트한자를 선택했다. 이유는, 해당 항공 스케줄이 공항 대기 시간이 꽤 길었는데 시간대가 적절하여 뮌헨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거쳐가며 호프브로이에서 맥주나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역시 별 고민없이 곧바로 예매해버렸다.

■ 숙소

이것저것 정보를 서치해볼 것도 없이 부킹닷컴에서 단 몇 시간만에 모두 예약했다. 나의 여행 일정 상, 나는 숙소 8군데가 필요했는데, 대부분이 게스트 하우스 또는 에어비앤비였다. 숙소에는 큰 돈을 쓰지 말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아무데서나 잘 자는데다, 도미토리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두브로브니크만큼은 여행의 중간 즈음에 들르는 휴양지였기 때문에 괜찮은 싱글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 그 외 준비

일부 중요한 교통편들을 검색과 검색을 통해 예약하고,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옷 몇 벌을 샀다. 위의 사진 속 신발도 그 중 하나다. 편하게 신을 수 있는 값싼 에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입했다. 혹시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까? 하는 생각에 (길게 여행가 본 적이 없어서) 라면 2개 햇반 2개 북어국 2개도 챙겼다(…) 절대 사지 않을 것 같았지만 다들 없으면 후회할거라길래 셀카봉도 결국 하나 샀다. 그리고 정말 없으면 후회할 뻔했고, 여행 다니는 동안 나는 셀카봉 천재로 거듭났다. 보급형 미러리스도 하나 샀다. 소니 알파 5100 모델인데 큰 욕심 없이 사용하기엔 적당했다. 어쨌거나, 조금 건성으로 준비하긴 했으나 나름대로의 구색은 갖추고 여행을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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